무라카미 라디오

Books 2007/12/2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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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문학의 종류에는 시와 소설, 수필과 희곡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편인데 문학 중에서도 특히 소설과 수필을 좋아한다. 남자가 왠 문학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류의 읽기 딱딱한 글보단 읽기 편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책이라면 모두가 좋은 스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잠깐 빌려 문학은 문학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보통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읽을 법한 무협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책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무척 나이를 많이 먹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무협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문학을 즐겨 읽듯이 아마 다른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일찍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놀면서 재테크 투자하기'라던지 '앉은 자리에서 영어 단어 만개 외우기' 이런 책 말이다.


 내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이 크다. 군대 있을 때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재신이네 집에 놀러 갔을 때였다. 책장에 웬 책이 그렇게 많은지 생각지도 못했던 양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무렵. 때마침 내 눈에 들어온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였다.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책이라니, 반가운 마음으로 재빠르게 몇 장을 넘겼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기 때문에 재신이에게 이 책을 빌리고 때마침 읽고 있던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란 책을 덮어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느 작가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능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것 중 하나는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악습관이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이다. 책을 조금만 발췌해 보면 내용은 이렇다.
 

 이탈리아인 운전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뭔가 불만이 있으면 이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동시에 손도 휘두른다. 운전하면서 이 짓을 하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나의 지인인 이탈리아인은 서툰 운전을 하며 탈탈 달려가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자 얼른 추월하더니, 피아트 우노 운전석 창문을 열고, '시뇰라, 당신 운전 같은 거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나 삶아.' 하고 소리쳤다. 서툰 운전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것도 그들 운전사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아주머니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역시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운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부엌에서 실제로 파스타를 삶으면서 아들을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 할지도 모른다. '오늘 운전하는데 어떤 사람이 "시뇰라, 당신 운전 같은 거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나 삶아." 하고 엄마한테 소리 질렀단다.' 하고. 가엾다. 일본이라면 '집에 돌아가 무나 삶아!' 하는 것과 같을까.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집에서 밥이나 하지 차는 왜 끌고 나와!'란 말과 같을 것이다. 재밌는 현상이다. 각설하고 나는 문학이 좋다. 때론 나도 작가가 되어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도 해 본다. 물론 그러면 살 사람이 아무도 없을테지만 말이다. 아니 그보다 책 한권을 완성해 내기가 더 힘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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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헐스